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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속백과

무당의 오해

by 레일라와 2018.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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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식 교수 '무교-권력에 밀린 한국인의 근본신앙' 출간


"종교학에는 미신이라는 용어가 없습니다. 다른 종교를 자기 종교의 잣대로 평가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죠.종교는 다만 종교일 뿐이니까요. 따라서 우리 민족의 전통종교인 무교(巫敎)를 저속하다는 뜻을 담아 무속(巫俗)이라고 부르거나 미신으로 폄하해선 안 됩니다. 만일 불교나 기독교를 '불속(佛俗)''기독속(基督俗)'이라고 하면 가당키나 하겠어요?"

최준식 이화여대 한국학과 교수(53)는 신간 《무교-권력에 밀린 한국인의 근본신앙》(모시는사람들 펴냄) 출간에 즈음한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 책에서 흔히 '무속'으로 불리는 무교의 기본구조와 무당,굿,신령 등 무교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상세히 설명하고 한국 무교의 역사와 전개 양상을 살피면서 무교에 대한 편견과 오해,자기기만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우선 기본구조와 사제(무당)의 역할 및 양성과정 등으로 볼 때 무교는 다른 '고등'종교에 비해 결코 하등 종교로 차별받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무교는 크게 신령,무당,신도의 세 요소로 이뤄져 있으며 이들이 만나는 장이 굿이다. 절대자와 사제,신도로 구성된 여타 종교와 다르지 않다. 현재 전국적으로 적게는 4만명,많게는 80만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무당은 아무나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내림굿을 받기 전에 극도의 고통을 동반하는 신병을 상당 기간 앓아야 한다. 내림굿을 받고,굿의 절차와 노래,춤,옷,제상 차리는 법 등을 배우는 것도 만만찮다. 굿은 그 자체가 매우 복잡하고 정교한 의례여서 10년은 배워야 굿을 주도할 수 있다고 한다. 

"무당은 남을 속여 재물이나 갈취하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이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고도로 훈련된 카운셀러"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런데도 왜 무교는 미신 취급을 받게 됐을까. "조선시대에는 유교 문화에 억눌렸고,일제강점기엔 다른 전통문화와 함께 억압당했으며,해방 후에는 친미 기독교정권에 의해 백안시되는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라고 최 교수는 말했다. 권력과 손잡지 않아서 폄하됐다는 얘기다. 

그는 "동북아 3국에서 자신들의 고유 종교를 미신으로 치부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라며 "우리의 소중한 문화적 자산인 무교를 당당히 인정하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우리 민속문화의 대부분이 무교에 뿌리를 두고 있는 점만 봐도 그렇다. 판소리는 남도굿판에서 비롯됐고,단오제는 단오굿이었으며,넌버벌 퍼포먼스로 각광받고 있는 '난타'도 따지고 보면 풍물굿이 기원이라고 한다. 지구상에서 유난히 음주가무를 신명나게 즐기는 것도 무교의 영향이다. 

최 교수는 "한국인은 어떤 종교를 갖든지 기본적으로는 무교적인 틀로 신앙생활을 하고 있으므로 무교의 존재를 인정하고 음지에서 양지로 복권시켜야 한다"며 "서사무가,춤,옷,음식,종교,인류학 등 다양한 각도에서 무교를 재조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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